창22장에서 아브라함은 독자 이삭을 바치라는 엄청난 시험을 통과하며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언약을 재확인했습니다. 창22:17절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가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리라” 바로 백성에 대한 약속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두 가지 약속을 하셨는데, 바로 ‘땅과 백성’입니다. 22장에서 백성에 대한 약속을 다시 확증하셨다면, 땅에 대한 약속은 어떻게 성취되는 것일까요? 그것이 오늘 본문의 핵심입니다.
본문은 사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내용은 1-2절로 아주 짧고, 이어지는 내용이 사라의 죽음으로 인해 매장지를 사는 내용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한 아브라함이 어떤 믿음의 행동을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사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아브라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내가 살아 있을 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믿음의 씨앗을 심고 있습니다.
●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이니”(4절)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깊은 슬픔 속에서 아브라함은 일어나 헷 족속에게 나아갑니다. 그리고 아내를 매장할 땅을 구하며 자신을 가리켜 4절“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라고 소개합니다. 고대 근동의 관습상 나그네에게는 땅을 소유할 법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은 평생 하나님의 약속 하나만 붙들고 가나안 땅을 밟았지만, 막상 아내를 묻을 무덤 한 평조차 갖지 못한 철저한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사용한 이 단어 “나그네와 거류자”라는 고백 속에는 우리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역시 나그네 인생입니다. 나그네는 가야 할 본향이 있는 사람입니다. 본향에 도착하기까지 계속 이동하는 삶을 삽니다. 나그네는 그곳에 영원히 머물 것이 아니기에 짐을 가볍게 하고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간소하게 삽니다. 이 땅에 영원히 머물 것처럼 높고 견고한 성을 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도는 하늘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나그네, 순례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존재입니다. 내 생명조차 내가 원하는 대로 연장할 수 없고,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부르시면 언제든지 훌훌 털고 떠나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망을 이 땅에 두지 않고 하늘 소망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삶이 복된 삶입니다.
● “은 사백 세겔을 달아 에브론에게 주었더니”(16절)
매장지를 구하는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땅의 헷 족속은 6절 “하나님이 세우신 지도자”라 칭송하며 묘실을 거저 주겠다고 호의를 베풉니다. 세상 속에 살면서도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신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대신 그는 당시 모든 공적 재판과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던 ‘성문’ 앞으로 나아가, 수많은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고 합법적인 거래를 맺습니다.
아브라함이 소유하고자 했던 땅이 막벨라 굴입니다. 에브론이 주인입니다. 에브론 역시 아브라함에게 거져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땅의 금액을 15절 “은 사백 세겔”이라고 합니다. 막대한 금액입니다. 지금 액수로 환산하면 약 10억 정도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은 제시한 금액을 정당하게 지불하여 막벨라 굴과 그 주위의 밭을 완벽한 자신의 소유로 삼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큰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무덤을 샀던 이유와 그 내용을 이렇게 길게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거래는 단순히 죽은 아내를 묻기 위한 장례 절차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장차 가나안 온 땅을 자신과 후손에게 주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선포였습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여 합법적인 소유권을 얻어냄으로써 하나님의 약속이 실현될 장소를 미리 확보한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나그네의 신분으로 무덤 하나 크기의 작은 땅을 얻었을 뿐이지만, 이 작은 땅은 훗날 이스라엘 전체가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거대한 소망의 씨앗이자 믿음의 교두보가 되었습니다. 이 곳에 사라을 비롯해서 아브라함과 이삭, 리브가 그리고 야곱이 매장됩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땅을 떠나 애굽에서 생활하면서도 약속의 땅에 대한 소망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즉 아브라함은 약 450년 뒤에나 이루어질, 하나님께서 가나안땅을 후손에게 주실 것을 신뢰하며 오늘 한 알의 믿음의 씨앗을 심은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이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 ‘나그네’라는 사실입니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존재임을 기억하고 이 땅이 전부인 것처럼 살지 않고 본향의 삶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인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것 하나만 매 순간 기억해도 삶에서 평안과 안정을 누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우리 역시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고 살아가는 존재로서 믿음의 작은 씨앗을 심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낙심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이루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믿음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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